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시츄 제리 일기

[제리 육아일기] 입양 4일차, 파보양성 / 설사O 식이X 활력X 혈변X 구토X

이 가을 2022. 6. 21. 19:42
2022.6.21 화요일

동물병원에서 오전에 수술이 많다며 또 연락을 주지 않아서 심장이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재촉했다.
아직 애견샵과 연계병원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에도 사정이 있겠지 하면서도 불안해서 일에 하나도 집중이 되질 않았다.
12시에 출근한다는 애견샵 담당자 분과 오전 진료와 수술이 많다며 연락을 주지 않다가 마침 12시 조금 넘어 연락을 준 병원...
이 상황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건 병원과 담당자 분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의심이 들게 하니까... 미칠 지경이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병원에 물어봤다.

나)
이런 말씀 드리기 정말 죄송한데요, 병원에 입원해있는거 맞죠?
아무래도 샵에 대한 안좋은 말들이 있보니까 제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요.

병원)
네 아이는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그런 말 있는거 알고 있는데요, 아이는 지금 병원에서 케어받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믿기로 했다.
달리 내가 믿을 수 있는게 없으니까.

기력이 많이 떨어진 제리(제티는 매장에서의 이름)


제리는 오늘 구토와 혈변은 없었지만 여전히 식이를 거부하며 설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오전에 강제급여 하고 포도당을 먹여주었으나, 어제보다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에 면회를 다녀오신 펫샵 담당자 분도 구토와 혈변은 없으나 설사는 계속 하고 있고, 기력이 너무 없어 보인다며 틈틈히 면회를 가주신다고 했다.
확실히 사진을 받아봤을 때 어제보다 더 기력이 없는 모습이였다.

 


저녁 7시 경,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청천벽력같은 말을 했다.
상태가 많이 안좋아서 오늘 밤이 고비이고 내일 오전 중으로 결판이 날 것 같다고 한다.
파보 증상 발현 이후 3~4일 째가 가장 고비라고 하는데,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내일 안그래도 반차쓰고 면회 가보려고 했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 내가 과연 내일 면회를 가는 걸까, 환불이 아닐까... 싶다. (분양 이후 15일 이내 폐사 시 환불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

아직 병원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제티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담당자 분과 하루종일 연락을 하면서, 내가 보고 들은건 남들의 나쁜 사례일 뿐, 나의 경우는 아닐 거라고 믿기로 했다.
본인도 근무하면서 연락하는게 귀찮고 싫을 법도 한데 종일 나랑 카톡해주셨고 그 내용도 진정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분을 믿고 싶고, 이 분이 믿는 병원도 믿을 수 밖에.
사실 제리가 그저 살아돌아오기만 한다면 무엇이여도 상관없다.

내일 아침이 오는게 너무 두렵다.

 

++++

결국 제리는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내가 아직 미숙한 엄마여서 무슨 짓을 해도 후회스럽고 미련이 남았겠지만

부디 너가 살아서 우리에게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그 유리장 속에서 아팠던 것은 다 잊을만큼

남은 평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을텐데

정말 예쁘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만난 순간부터 소중했던 제리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해

살려주지 못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