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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테리야

이 가을 2022. 2. 25. 01:08

테리가 떠났다.

이 슬픔을 감히 글자로 옮겨 담을 수 있을까.
아니... 5% 아니 0.5% 도 담지 못할거다.

최근들어 테리가 부쩍 호흡이 가빠지고 숨 쉬는 것을 힘들어 했다.
정말로 "최근들어 부쩍"이였다.
분명 8일 전 낮에 산책할 때만 해도 나를 앞질러 뛰어갈 정도였으니까
작년부터 늘 이렇게 말했다.
"테리 심장약 먹고부터 회춘했다"고.
이건 .. 정말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야.
비록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오늘 낮에도 평소와 같이  너와 가벼운 산책을 했고 꼬옥 안고서 컴퓨터도 했고 그렇게 품에 끼고 있었는데 바로 저녁에 이렇게 너가 가버리는 일은 .. 순식간이였다.

아니 사실 아주 조금은 때가 왔음을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기우일 뿐, 정말 이렇게 영영 떠나버릴 줄은 몰랐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제껏, 그리고 이틀 전까지도 거실에 테리와 나란히 누워 이불덮고 낮잠을 잤던 것처럼 지금도 나는 테리와 함께 거실에 누워있다.
다른 점이라면, 너의 폭신한 손은 잡고만 있어도 따뜻해서 너가 자고 있을 때 늘 손을 하나 잡고 있었는데..
지금의 넌 하얀 종이상자 안에 차갑게 식은 채로 누워있구나.
누워있는 모습은 단지 평소에 너가 가장 편하게 누워 자던 그 자세 그대로인데

널 마지막에 우리의 품에서 보내지 못하고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보낸 것이 죄스럽다.
죽도록 아파하는 널 의사의 손에 넘겼고 다시 우리의 손에 왔을 때 이미 넌 세상에 없었어.
오열했다. 그저 끅끅거리며 큰 소리내어 울진 않았지만 눈물이 멈추질 않았고 마음 속에서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절규하고 오열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잠시 멈췄다가, 차갑게 식어가는 널 보고 다시 마음으로 비명을 지르며 울다가, 그쳤다가, 이내 또 울었다.
이번 한번은... 오늘만은 제발 살지...
꼭 오늘 이렇게 바로 가버려야 했는지..
그렇게 가버릴만큼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

너는 집에 올때까지도 심장만큼은 따뜻했다.
오랜 시간 심장병으로 아팠는데 그래도 심장이 제일 따뜻했다.
비록 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심장마저 차가워졌지만..
너의 죽음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받아 들이고 묵묵히 또 살아가겠지.
그게 싫다.
널 잊고 싶지 않은데 너를 보지 않으면 너의 눈빛, 숨소리, 곁에 있을 때 온기, 안았을 때 무게, 꿈꿈한 냄새, 쓰다듬을 때 촉감 등이 잊혀질 거 같아서 괴롭다.
지금도 비록 너의 차가워진 몸이라도 쓰다듬은 뒤에야 너의 감촉이 기억이 나


테리야, 16년동안 너도 행복했어?
아니 그래도 아픈 몸으로는 조금 괴로웠겠지
나는 아직 좀 더 살아야해서 너가 너무 보고싶은데 금방은 보러가지 못 할 것 같아
정말 사후세계에서 주인을 기다린다면 오랜 시간 후에 꼭 날 보러 와줘
난 너 진짜 안잊을게
평생 기억할게
내가 살아온 30년의 인생에서 절반이 너였고 10대, 20대, 30대에 너가 있었어
16년동안 덕분에 행복했어
내 세상이였던 테리야
넌 여전히 내 보물 0호야
죽어서도 내가 죽을 때까지도 사랑해
고마워 행복하게 해줘서
사랑해 테리야
널 꼭 기억할게


2022년 2월 24일
안녕 테리야